나의 작업은 불안과 고독을 견뎌내는 일상과 도자기를 빚는 과정을 동일시하면서 시작한다. 도자기를 빚는 오랜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짓누르는 삶의 그늘이 옅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내가 뱉어내는 것들은 쓰다 버린 일회용품이나 이름 없는 잡초처럼 보잘것없는 것들의 허물뿐이다. 작업의 소재에서 오는 쓸모없음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 과정과 대조되어 그 무용함이 더욱 강조된다. 우리의 일상도, 나의 작업도 그렇게 의미 없는 긴 호흡의 습관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자조적인 정서에서 출발하여 나는 종종 후미진 뒷골목의 풍경이나 버려진 물건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나의 작품은‘수행하는 일상’의 주축이 되는 반복적인 행위와 현대인의‘버티는 삶’ 사이의 기록에 대한 것이다. 각자의 일상을 짊어지고 살아내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만드는 정물과 잡초 따위의 보잘것없는 것들은 동시대 사람들을 상징한다. 그것들은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고 선택받지도 않았으며 기능을 다 했다고 여겨질 때 아무렇게나 버려진다. 현대사회에서 그 무자비한 소비는 이미지, 사물, 사람 모두에게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유 없이 태어나 내던져진 상태로 그저 살아진다고 느끼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위와 같은 비인간적 소재에 투사한다. 바닥부터 한 줄 한 줄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완성한 작품의 표면에는 수만 개의 손자국이 남는다. 이것은 작업대에 앉아서 보낸 헤아릴 수 없는 반복의 행위, 혹은 버텨낸 일상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흔적이다.

 

 한 줄씩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만든 작품의 표면에서 읽히는 노동의 흔적에 더해 유약이 발리지 않은 백색의 화면은 물체의 마띠에르와 실루엣만을 강조한다. 이는 오직 기능함으로써 유용했던 도자기를 거부하며, 가치평가에서 지나쳐지는 것들을 조명하는 맥락에 있다. 반복을 통한 노동성, 백색을 통한 익명성의 언어는 이미지 폭포 시대의 화려한 시각언어를 대체한다. 나는 이러한 조형 언어가 정작 자신의 존재를 표출하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억눌린 일상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결과물만큼 과정을 중요시하는 작업 태도와 공예 매체가 가지는 복잡한 과정의 필수성은 상호작용하며 실제 나의 삶에 끊임없는 영향을 미친다. 흙은 다루는 과정에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재료이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여러 번의 소성 과정을 거쳐야 하며 성형과 소성 사이에도 수많은 중간과정이 존재한다. 모든 과정을 제대로 이행했다 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부분에서 변형되거나 파손되기 쉽다. 그 때문에 흙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향상하기까지는 매우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특히 본인이 고집하는 백색의 자기질 점토와 코일링 성형 기법만으로 작품을 제작하기에는 분명한 물리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성형하기에 더 편한 흙이나 유려한 색상표현, 물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양한 성형 방법이나 유약 처리를 마다하고 끊임없이 반복하며 흙의 흰 민낯을 알아가는 과정은 내 자아의 목표를 찾는 과정에 유사한 시도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행과도 같은 모든 과정은 효율과 합리성이 우선의 가치가 된 우리 사회에서 무가치하다고 치부되는 것들을 쓰다듬고 빚어내면서 삶의 위로를 찾는 진지한 탐구과정이다. 

 

 

 

 

 

I begin my work by equalizing the process of making ceramics to the isolation and loneliness that I endure daily. This toil seems to alleviate the weighing when I concentrate on the long process of making ceramics. But the end product does not always reflect the painstaking process, for the subjects I create are worthless disposables or weed in a lawn. It is ironic that by passing time with repetition and persistent effort, we feel we are creating a meaningful end ceramic product, but we end up with the opposite. Like this, I feel as if our mundane lives and my works are full of contradictions. Triggered by this thought, I began to build installations of street scenes and useless objects. The process of making ceramics is an attempt to embrace and imbue meaning to all the worthless and banal subjects of this world, including myself.

 

My work is about the record between the repetitive act of ‘daily practice’ and modern people’s ‘sustainment of life’. It’s about the loss and anxiety that people experience while coping with day-to-day struggles and therefore needs comfort. Abandoned and worthless subjects that I create symbolize the lives of contemporary people. They are neither special nor beautiful, and soon gets discarded like disposables when the use has expired. This merciless consumption that prevails modern society, applies to all images, objects, and people. I project this emotional state, the sustainment of repetitive and unimproved lives of modern people, to ordinary still life and scenery. The countless fingerprints recorded on the surface of the ceramics, created by stacking clay coils one by one from the foundation, represents the numerous hours I’ve spent in front of my workbench enduring the repetitive process.

 

My work, produced using the coiling technique, reflects the unique properties of clay in its overall atmosphere and surface texture. The sensibility of the handcrafted work in its ‘matière’ interlocks with the white ‘objet’ to create static beauty. The simplicity and tranquility that comes from my work that focuses on the texture and silhouette of objects, replaces the intense visual language of the today –a flash flood of images. I believe that my visual language is appropriate for representing and comforting contemporary people who go through their mundane lives in silence.

 

My life is constantly affected by the complex nature of the craft material of my works and the work attitude, which emphasizes on the production process as much as the end result. Clay is a medium that requires significant time and practice getting used to. In order to achieve the desired outcome, I must go through numerous steps from making to firing. Even when all the steps are executed, clay is quick to break or crack. Thus, it takes tremendous craftsmanship to attain the desired look. I persist on producing my works using particularly demanding material and technique, porcelain and coiling technique, that comes with limitations in expression and size. However, instead of selecting clay that is easier to make, or incorporating flamboyant colors and glazing techniques, I endlessly study the simple white surface of porcelain in an attempt to discover and understand my own nature. The work process, an important part of my daily practice, is an earnest inquiry of embracing all that are dismissed as worthless by today’s society that only prioritizes efficiently and rationality.